🍿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 [오펜하이머(Oppenheimer)]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개발한 '로버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 1904-1967)의 생애와 맨허튼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다룬 영화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가 있다.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the worlds.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 과학자인 오펜하이머가 산스크리트어로 된 경전의 내용을 본인의 감상에 인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분야의 위업을 이뤄낸 전문가가 평소에 이런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으면서, 큰 위업을 이뤘을 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다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기발함인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만큼 오펜하이머의 표현을 가져온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 이 대사에 대해 더 찾아봤다.
실제로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후 감상을 표현하면서 이 말을 했다. 이 대사는 인도 고대 서사시인 '마하바라타¹' 에 포함된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²'의 11절 32장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1.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와 같은 영향력을 가진 인도 문학으로 평가받는다.
2. 산스크리트어로 거룩한 자의 노래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르주나 왕자'가 친척들과의 전쟁을 꺼리자 시간의 신인 '비슈누'가 왕자에게 말한다.
"I am mighty Time, the source of destruction that comes forth to annihilate the worlds. Even without your participation, the warriors arrayed in the opposing army shall cease to exist."
"나는 전 세계를 전멸시키는 파괴의 근원, 시간이다."
나는 여기에서 왕자가 전쟁을 치루지 않더라도 적들은 시간에 의해 사라질 테지만 왕자가 그 때의 옳은 책임을 다하게 하기위해 설득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오펜하이머는 언젠가 벌어질 불행한 일을 그 당시의 정의를 위해 본인이 하게 되었다는 감상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이 대사에 대해 더 알아본 후에 여러 경외감이 들었다. 원자폭탄이라는 무서운 존재를 만들어낸 오펜하이머라는 사람이 얼마나 큰 두려움과 책임을 짊어졌으며 어떠한 노력으로 해냈을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그 과정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해냈을까.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해석으로 이 인물들을 표현해냈을까. 내가 차마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의 사건들이 이 영화에 응축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내가 원자폭탄 개발의, 이 영화의 0.01%라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라는 경외감이 들면서, 동시에 이 영화를 보기 전보다는 조금은 더 가능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아닐 수 있지만 감히 이들의 머릿속을 상상해보는 나같은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핵실험 폭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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