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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봐요, 뜨개의 숲 🦦

Intro. 모여봐요, 뜨개의 숲 🦦

by SUKJIHEE 2024. 3. 13.

빛이 바랜 구들장

사방 가득 쌓여있는 실타래 숲

브로콜리 머리를 한 아주머니들의 수다

무릎마다 놓인 편물

가운데 놓여진 간식

 

이야기가 많은 따뜻한 공간이 내가 기억하는 뜨개방의 풍경이다. 어릴 때 어머니 옆에서 뜨개질을 하던 기억이 좋았는지 겨울이 되면 동대문종합시장에 가서 실을 사서 목도리를 종종 뜨곤했다. 최근까지도 모아뒀던 실꾸리를 이용해서 작은 코바늘 소품을 떠보는 정도가 전부였는데, 언제부턴가 SNS에 올라오는 예쁜 작품들을 보면서 뜨개질의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

 

예전엔 숭덩숭덩 단순하고 빠르게 완성하는게 재밌었는데, SNS에 공들여서 만든 예쁜 작품들을 보니 이렇게 뜨는 재미는 뭘까 궁금해졌다. 누군가는 뜨개질을 시간을 엮는 작업이라고, 또 누군가는 마음에 드는 결과를 얻기위해 푸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촘촘히 작업하는 시간 자체를 즐기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으로 계절이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뜨개질 수업을 신청했다. 기초부터 점차 해나가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고 기꺼이 기쁘게 여기기로 했다.

 

2017년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의 주제가 'Weaving & Solving(엮다, 풀다)'였다. 공예의 기본인 엮고 푸는 것이 곧 공예의 역할이라는 중의적인 의미였는데 요즘 편물을 짜면서 이 표현이 다시 생각났다. 최근의 나의 일은 엮고 푸는 활동의 연속이었지만 무언가를 엮어 만들고 나면 꼭 풀어야할 문제가 생겨서 그 시간들이 아깝고 장애물 같았고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기를 바랬다. 차근차근 엮고 풀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더 보람차고 소중하구나를 뜨개질 덕분에 알았다. 살짝 꼬여있던 내 마음도 이렇게 풀어내는걸 보니 공예의 역할이 엮고 푸는게 맞는 것 같다.

 

최근에 갈피를 못잡고 꼬여가고 있던 생활을 잠시 잘라내었다. 실은 뭐가 좋을지, 어떤 바늘을 쓸지, 어떤 도안을 어떻게 뜰지 계획하는 시간도 뜨개의 일부이듯 내 앞으로의 삶에도 잠시 계획하는 시간을 가지려고한다. 여태 이러면 되지 않을까 살아온 삶도 꽤나 근사하지만 가지고 있는 경험과 재료로 한템포 계획한 후에 만들 삶은 어떨지 기대된다. 그렇다면 반갑지는 않겠지만 다음부턴 푸는 일을 더 기꺼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하나씩 작품을 만들어 가야지.

 

  • 일단 나는 손으로 만드는 행동을 좋아한다.
  • 그중에 뜨개질이 요즘 관심사고 재밌다.
  • 뜨개질로 귀여운 소품을 만드는게 좋다.
  • 나중엔 감성가득한 뜨개 옷도 만들어보고 싶다.
  • 따라하는게 잘 되면 내 도안도 만들어봐야지.

그래서, 모여봐요, 뜨개의 숲! 이게 나의 첫번째 재료다.

재밌는거 많이 해보자!🌞